읽을거리

꿈해몽은 어디서 왔나 — 주공해몽서에서 수면과학까지

꿈을 풀이하는 일은 어느 문명에나 있었습니다. 다만 무엇을 근거로 삼았는지가 시대마다 달랐습니다. 해몽서의 내력과, 오늘날 과학이 밝혀낸 것을 나란히 놓아 봅니다.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삽니다. 이가 빠지는 꿈을 꾸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우리는 꿈에 뜻이 있다고 여깁니다.

이 믿음은 어디서 왔을까요. 그리고 오늘날 과학은 꿈을 무엇이라고 볼까요.

가장 오래된 해몽서

기록으로 남은 가장 오래된 해몽 문헌은 고대 이집트의 것입니다.

기원전 1200년 무렵 파피루스에 「이런 꿈은 좋다, 이런 꿈은 나쁘다」가 목록으로 적혀 있습니다.

메소포타미아에도 점토판 해몽서가 있었고, 그리스에는 2세기 사람

아르테미도로스가 쓴 『꿈의 열쇠(Oneirocritica)』 다섯 권이 전합니다.

이 책은 놀랍게도 「같은 꿈이라도 꾼 사람에 따라 다르게 풀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부자가 꾼 꿈과 가난한 이가 꾼 꿈을 같이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문명시기남은 것
이집트기원전 1200년경체스터 비티 파피루스
메소포타미아기원전 7세기경아슈르바니팔 도서관 점토판
그리스2세기아르테미도로스 『꿈의 열쇠』
중국주나라~『주공해몽서』 계통

우리가 쓰는 해몽의 뿌리 — 주공해몽서

동아시아 해몽의 바탕에는 『주공해몽서(周公解夢書)』 가 있습니다.

주공(周公)은 주나라를 세운 무왕의 동생으로, 공자가 흠모했던 인물입니다.

다만 이 책을 정말 주공이 썼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래된 지혜에 권위 있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옛 문헌에 흔한 일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여러 시대의 해몽 관습이 오랫동안 쌓이며 그의 이름 아래 묶인 것으로 봅니다.

우리나라에는 조선 시대에 널리 퍼져, 민간에서 『해몽서』, 『몽점일지』 같은

이름으로 읽혔습니다. 오늘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해몽 풀이의 상당수가

이 계통에서 흘러나온 것입니다.

왜 돼지꿈이 재물인가

해몽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습니다. 크게 세 갈래입니다.

① 소리가 닮아서

한자 문화권에서는 발음이 겹치면 뜻이 옮겨 갑니다.

돼지 저(猪) 와 재물 저를 잇는 풀이가 대표적입니다.

박쥐(蝠, 복)를 복(福)으로 여기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② 생김새가 닮아서

이가 빠지는 꿈을 가족의 일과 잇는 풀이는, 이를 「몸에 박혀 있던 것이 떨어져 나가는」

모습으로 읽은 것입니다.

③ 뒤집어서

좋은 꿈을 흉하게, 나쁜 꿈을 길하게 보는 방식입니다.

흉몽이 곧 길몽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옵니다.

불이 나는 꿈을 재물로 보는 것이 그런 경우입니다.

같은 꿈을 두고 정반대 풀이가 나오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어느 규칙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프로이트가 바꾼 것

1900년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꿈의 해석』을 내놓습니다.

그는 꿈을 길흉의 예고가 아니라 마음의 표현으로 봤습니다.

낮에 눌러 둔 바람이 잠든 사이에 모습을 바꿔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꿈을 푸는 일은 앞일을 아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아는 것이 됩니다.

제자였던 칼 융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넘어, 인류가 오래 공유해 온 심상(원형)이 꿈에 나타난다고 봤습니다.

뱀·물·어머니 같은 것이 문화가 달라도 비슷한 뜻으로 나타나는 까닭을

그렇게 설명했습니다.

옛 해몽서프로이트융
꿈은 무엇인가앞일의 조짐눌린 바람마음 깊은 곳의 심상
무엇을 알 수 있나길흉나의 속마음나와 인류가 공유한 것
누가 푸나해몽가본인과 분석가본인과 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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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과학이 보는 꿈

현대 수면과학은 또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잠은 렘수면(REM) 과 비렘수면이 90분 안팎을 주기로 되풀이됩니다.

꿈은 주로 렘수면에서 꾸며, 이때 뇌는 깨어 있을 때만큼 활발히 움직입니다.

활성화-종합 가설은 이렇게 봅니다.

잠든 뇌가 무작위로 일으킨 신호를 앞이마 쪽이 「말이 되게」 엮어 낸 것이 꿈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꿈의 줄거리는 뜻이 담겨서 생긴 것이 아니라, 뜻을 만들려다 생긴 것입니다.

한편 기억 굳히기 쪽 설명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낮에 겪은 일을 자는 동안 정리해 오래 쓸 기억으로 옮기는데,

그 과정이 꿈으로 비친다는 것입니다.

새로 배운 것을 잔 뒤에 더 잘한다는 실험 결과가 여럿 있습니다.

그러면 해몽은 쓸모없는가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쓸모의 자리가 옮겨졌습니다.

꿈이 앞일을 알려 준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그러나 무슨 꿈을 꾸었는지, 그 꿈이 왜 마음에 남았는지는

지금 내가 무엇에 매여 있는지를 꽤 정직하게 비춥니다.

시험을 앞두고 늦잠 자는 꿈을 꾸는 사람은 시험이 걱정입니다.

오래 못 본 사람이 꿈에 나오면, 그 사람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해몽서의 풀이가 맞아서가 아니라, 꿈을 들여다보는 일 자체가 자기를 보게 하기 때문입니다.

꿈을 기억하려면

꿈은 깨고 나서 5분 안에 대부분 사라집니다. 몇 가지가 도움이 됩니다.

정리하면


*이 글은 꿈해몽의 내력과 오늘날의 연구를 정리한 것입니다.

꿈으로 앞일을 점칠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잠이 오래 고르지 못하시면 수면 진료를 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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